2021년 K리그2는 전술적 다양성과 팀별 전략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기보다는, 각 팀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며 승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상위 5개 팀은 시즌 내내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며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를 선사했다. 이 글에서는 김천상무, FC안양, 대전하나시티즌, 전남드래곤즈, 서울이랜드의 전술적 접근과 시즌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위 김천상무: 조직력과 압박 중심의 전술로 리그 제패
2021 시즌 K리그2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팀은 단연 김천상무였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김천은 단순한 개인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조직력과 압박 전술을 통해 상대를 제압했다. 김천의 전술은 하이 프레스를 기반으로 한 빠른 전환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하고, 공을 탈취한 뒤에는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미드필드에서의 압박과 탈취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김천은 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공격에서는 중앙 집중형 전략이 돋보였다. 조규성과 김지현을 중심으로 한 투톱은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패스 연결과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골 결정력뿐 아니라, 공간 창출과 연계 플레이에서도 탁월했다. 수비 라인 역시 안정적이었다. 박지수와 김태환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높은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조직적인 커버 플레이로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김천상무는 36경기에서 21승 10무 5패를 기록하며 승점 73점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자동 승격을 확정지었다. 리그 최다 득점(62골)과 최소 실점(31실점)을 동시에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조규성은 득점왕에 오르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김천은 K리그1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2위 FC안양: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외국인 듀오의 활약
FC안양은 2021 시즌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며 김천을 바짝 추격했다. 안양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외국인 선수들의 개별 능력을 조화롭게 활용하며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안양의 전술은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빌드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미드필더들이 자주 위치를 바꾸며 공간을 창출했고, 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이러한 유동적인 움직임은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공격에서는 아코스티와 조나탄의 외국인 듀오가 핵심이었다. 아코스티는 빠른 드리블과 돌파로 측면을 장악했고, 조나탄은 문전에서의 결정력으로 팀의 득점을 책임졌다. 두 선수의 호흡은 안양의 공격 전술의 중심축이었으며, 상대 수비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수비에서는 백동규와 이창용이 중심을 잡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세트피스 수비에서의 집중력은 안양의 강점 중 하나였다.
FC안양은 시즌을 17승 12무 7패, 승점 63점으로 마무리하며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상위 순위의 이점을 활용해 승격 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강원FC와의 승격 결정전에서는 0-4로 완패하며 승격의 꿈을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의 전술적 완성도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3위 대전하나시티즌: 후반기 반등과 세트피스 활용의 정석
대전하나시티즌은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후반기 들어 놀라운 반등을 보여주며 3위까지 도약했다. 대전은 세트피스 활용과 후반 집중력으로 승점을 쌓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대전의 전술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집중력과 조직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김승섭과 박진섭의 킥 능력은 코너킥과 프리킥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자주 만들어냈고, 장신 공격수들은 제공권을 장악하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또한 대전은 후반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체력 관리와 교체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후반 역전승이 많았고, 이는 팀의 승점 확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원에서는 이현식과 이진현이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고, 경기 흐름을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전은 시즌을 16승 10무 10패, 승점 58점으로 마무리하며 리그 3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과 맞붙었지만, 1-1 무승부로 상위 순위의 이점을 가진 안양에게 승격 결정전 진출권을 내주었다. 비록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후반기부터 보여준 전술적 안정성과 집중력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4위 전남드래곤즈: 수비 중심의 실리 축구
전남드래곤즈는 시즌 내내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로 실점을 최소화했고,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점을 쌓았다. 전남의 전술은 수비 블록을 형성한 뒤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다. 4-4-2 혹은 5-3-2 형태로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르게 전방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주를 이뤘다.
측면 수비에서는 박찬용과 김영욱이 적극적인 커버 플레이를 수행하며 상대의 돌파를 차단했다. 공격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을 올리는 효율적인 공격이 특징이었다. 전남은 시즌을 13승 14무 9패, 승점 53점으로 마무리하며 리그 4위를 기록했다. 리그 최소 실점 팀(30실점)이라는 기록은 전남의 수비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남은 수비 중심의 전술로 안정적인 시즌을 보냈다. 공격력 부족으로 승격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전술적 완성도와 수비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5위 서울이랜드: 젊은 선수 중심의 역동적 축구
서울이랜드는 유망주 중심의 라인업을 구성하며 팀의 미래를 준비했다. 이인규, 김선민 등은 시즌 내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드에서의 경험 부족과 경기 운영의 미숙함은 시즌 후반부에 드러났다. 특히 상대의 강한 압박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실점이 늘어났고, 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에서는 조직력이 다소 불안정했다. 라인을 높게 유지하면서도 뒷공간 커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이 여러 차례 팀을 구했지만, 전체적인 수비 밸런스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서울이랜드는 시즌을 13승 11무 12패, 승점 50점으로 마무리하며 리그 5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받았다. 향후 몇 시즌 안에 승격 경쟁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총평: 전술의 다양성과 팀 색깔이 빛난 시즌
2021 K리그2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각 팀의 전술적 접근과 전략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김천상무는 압박과 조직력으로 리그를 지배했고, FC안양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외국인 선수의 활약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전하나시티즌은 후반기 집중력과 세트피스 활용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전남드래곤즈는 수비 중심의 실리 축구로 안정적인 시즌을 보냈다. 서울이랜드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축구를 펼치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러한 전술적 다양성은 K리그2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고, 팬들에게도 더 풍성한 관전 경험을 제공했다. 각 팀이 보여준 전략과 색깔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한국 축구의 전술적 진화를 상징하는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