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가 멈춰 섰던 이례적인 해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K리그2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무관중 경기로 시작되었지만, 득점왕 경쟁, 치열한 승격 경쟁, 그리고 리그를 흔든 여러 사건들은 K리그2가 단순한 2부 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중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0 K리그2 시즌을 득점왕, 팀별 순위, 주요 이슈 중심으로 상세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득점왕: 안병준, ‘괴물 공격수’의 등장
2020 시즌 K리그2 최고의 공격수는 단연 수원FC의 안병준이었습니다. 그는 27경기 출전 21골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시즌 내내 리그를 지배했습니다. 평균 한 경기당 0.78골에 달하는 효율적인 득점력은 물론,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팀을 K리그1 승격으로 이끌었습니다. 안병준은 일본 오키나와 출신 재일교포 3세로, 북한 국적에서 대한민국 귀화를 선택한 이력이 있는 특별한 배경을 지닌 선수입니다. 피지컬(187cm), 위치선정, 볼 트래핑, 마무리 능력까지 골고루 갖춘 그는 단순한 골잡이를 넘어 팀 전술의 핵심으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수원FC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득점 패턴은 다양했습니다. 오른발 슈팅, 헤더, 페널티킥, 역습 마무리 등 전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냈으며, 상대 수비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21골 중 무려 10골 이상이 선제골이었으며, 이는 팀의 경기 주도권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득점왕 수상 외에도 그는 시즌 베스트11, 팬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 TOP3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이적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몇몇 K리그1 구단이 영입을 시도했지만, 그는 결국 수원FC와 함께 1부리그 도전을 택하며 팀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더 큰 무대를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2020년은 명실상부 안병준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종 순위: 수원FC의 우승과 제주의 재도약
2020 K리그2는 예측 불가의 경기들이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승격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리그 우승은 수원FC가 차지했으며, 제주 유나이티드가 2위로 플레이오프를 통해 K리그1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두 팀 모두 승격에 성공하며 리그 수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수원FC는 안병준, 마사, 김건웅 등 공격진이 중심이 된 공격축구로 시즌을 이끌었습니다. 김도균 감독의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 스타일은 K리그2에서 큰 효과를 봤고, 무엇보다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비라인도 안정적으로 조직되면서 27경기 중 17승을 기록, 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019년 강등의 아픔을 딛고 완벽한 반등에 성공한 시즌이었습니다. 남기일 감독 체제에서 전술을 리빌딩하며 팀을 새롭게 구성했고, 주민규, 이창민, 윤빛가람, 권한진 등 수준급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시즌 중반 이후 빠르게 승점을 쌓았습니다. 결국 2위를 확정 지으며 K리그1 복귀 기회를 얻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이랜드와 경남FC를 차례로 제압하며 극적으로 승격을 확정했습니다. 그 외에 경남FC와 대전하나시티즌 역시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경남은 김종부 감독의 리더십 아래 황일수, 백성동, 김지현 등의 활약이 돋보였고, 대전은 하나금융의 대대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김승섭, 박인혁, 알리바예프 등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시즌 주요 이슈: 코로나19, 구단 전환, 팬심 변화
2020 시즌은 단순한 경기 결과 외에도 여러 이슈로 가득했던 해였습니다. 첫 번째 이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즌이 5월로 연기되고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선수들은 매 경기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고, 훈련 중에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그를 재개한 리그 중 하나로, FIFA와 해외 매체들로부터 ‘모범 사례’로 소개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기장 내 방역 시스템, 전자출입명부, 클럽별 자체 검역 체계는 K리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두 번째 이슈는 아산무궁화FC의 시민구단 전환입니다. 2020년부터 충남아산FC로 이름을 바꾼 이 구단은 기존 경찰청 소속 특수 법인 팀에서 완전한 지방자치단체 중심 시민구단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름 변경을 넘어, K리그의 구단 운영 모델 자체에 큰 변화를 암시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수 구성, 유소년 육성, 지역 사회와의 연계 사업 등이 모두 새롭게 정비되었으며,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세 번째 이슈는 K리그2에 대한 팬 인식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1부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지만, 2020년에는 수준 높은 경기력과 유명 선수들의 합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안병준, 주민규, 백성동, 김지현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활약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중계 시청률 역시 상승했습니다.
2020 K리그2는 단순한 2부 리그가 아닌, 한국 축구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무대였습니다. 득점왕 안병준의 등장, 수원FC와 제주의 승격 드라마, 충남아산의 시민구단 전환, 코로나 상황 속의 안정적 운영까지 — 모두가 향후 K리그에 의미 있는 영향을 남겼습니다. 이제 K리그2는 더 이상 ‘하위 리그’라는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 무대이자, 다양한 전술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며, 새로운 팬 유입의 장이기도 합니다. 축구팬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리그입니다. 2021 시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2020 시즌을 통해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