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K리그는 전술적으로 다층적인 접근과 팀별 특화된 운영 방식이 두드러진 시즌이었다. 단순히 포메이션을 뛰어넘어,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술 지향성, 그리고 상대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이 각 팀마다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 해였다. 이 장에서는 K리그1의 주요 팀들을 중심으로 각 팀이 어떤 전략 아래에서 경기를 운영했는지를 풀어본다.
전술적 다양성의 서막 — 2018 K리그 팀별 운영 방식
1.전북 현대 - 전술적 완성도를 갖춘 독주 체제
2018 시즌의 전북 현대는 단연 압도적인 경기력과 전술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리그를 지배했다. 최강희 감독의 지도 아래, 전북은 단순히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아닌, 운영 철학이 분명한 조직이었다. 전북은 기본적으로 4-1-4-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지만, 경기 중 수비와 공격 간 전환 상황에서는 3-4-3으로 전술적 변형이 이뤄졌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신형민이 볼 소유 시 3백 라인에 가담하며, 두 풀백이 전방으로 올라가 좌우 측면을 점유하는 방식은 ‘플루이드 시스템’이라 불릴 만큼 유기적이었다. 경기 운영에서 핵심은 중앙 지배력과 빠른 침투 패턴이었다. 이재성과 김진수가 연결되며 왼쪽 채널을 휘어잡았고, 아드리아노와 이동국의 투톱 전환도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전북의 특징은 특정 상황을 위한 전략이 아닌,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 가능한 구조적 설계였다. 그래서 전북은 ‘잘 짜인 시계’처럼 돌아갔다.
2.울산 현대 — 역습과 조직력을 통한 실리 축구
울산 현대는 2018 시즌을 실리적 전략의 대표 주자로 기억된다.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 울산은 전북과 같은 압도적인 점유보다는 빠른 역습, 특히 2선 자원의 기민한 움직임을 통해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을 주로 사용했으며, 두 중앙 미드필더의 활동량과 정확한 커버가 경기의 뼈대 역할을 했다. 특히 박주호와 믹스의 조합은 공간 커버와 패스 전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상대의 중원 압박을 무력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울산의 전술적 운영은 ‘선 수비 후 반격’에 가깝지만 단순한 수비 축구는 아니었다. 수비 시에는 4-4-2 블록으로 전환되며 상대에게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고, 공을 탈취한 이후에는 양측 풀백의 오버래핑과 2선의 직선적 침투를 통해 단번에 골문으로 진입했다. 이는 전북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운영 방식이었다.
3.수원 삼성 — 전통과 변화 속에서의 균형 추구
수원 삼성은 2018년을 팀 아이덴티티와 현대 축구 사이의 조율기로 보냈다. 전통적으로 4-4-2를 고수하던 수원은 시즌 중반부터 3백 전술을 실험하며 구조적인 리빌딩에 착수했다. 특히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유연한 수비 운영은 주목할 만했다. 수원은 3-5-2를 기반으로 수비 라인을 두껍게 구성하고, 좌우 윙백의 적극적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을 강화했다. 윤석영과 염기훈의 조합은 나이와 경험을 뛰어넘는 전술적 안정감을 제공했고, 데얀과 바그닝요의 투톱은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수원의 문제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주도하는 데 있어 부족한 중원 통제력이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백패스를 통한 점유율 유지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답답한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수원은 성과와 실험을 병행하는 독특한 팀 컬러를 유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4.포항 스틸러스 — 젊은 에너지와 점유율의 결합
포항은 2018 시즌에 젊은 자원들을 중심으로 한 점유율 축구에 도전했다. 기본적인 경기 운영은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중원에서의 빠른 패스와 측면 공격 루트를 활성화하는 방식이었다. 김승대, 이진현 등 발 빠른 선수들이 좌우를 넓게 사용하며 상대 수비를 벌리는 데 집중했으며, 중앙 미드필더들은 잦은 위치 전환을 통해 공간 장악과 탈압박을 시도했다. 특히 패스 루트를 세밀하게 구성해 수직적 돌파보다는 측면에서부터의 침투와 크로스 중심의 운영이 많았다. 포항의 전술은 ‘이상적인 현대 축구’를 지향했지만, 현실적인 선수층의 깊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시즌 중반에는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빠른 전환을 강조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일부 조정이 있었다. 이 조정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고, 팬들에게는 ‘미래를 준비하는 축구’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5.강원 FC — 좌우 밸런스와 창의적 패턴 플레이
강원 FC는 2018 시즌 초반에는 전술적으로 창의적인 패턴 플레이를 시도한 팀이었다. 이근호와 제리치, 정승용 등 개성 있는 선수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플레이하며 창의적 공간 활용이 많았고, 포메이션 자체가 고정되지 않는 경기들도 다수였다. 3-4-3과 4-3-3을 오가면서 수비 시에는 라인을 낮게 두고 공격 시에는 좌우 풀백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등, 수시로 변화하는 전술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빌드업에서 드리블을 통해 중앙을 돌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상대 팀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수비 안정성 부족이었다. 강원은 실점률이 높은 팀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공격적인 전술이 가져온 리스크이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고, 강원의 전술은 그러한 팬심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포메이션 중심의 전략 해석 — 2018 K리그의 전술 구조 분석
2018년 K리그는 과거에 비해 포메이션의 다양성과 유연성, 그리고 선수 역할의 입체화가 두드러졌던 시즌이었다. 단지 ‘4-4-2’나 ‘4-2-3-1’ 같은 숫자 배열을 넘어서, 상황별로 변화하고 적용되는 포메이션 운영 방식이 전술의 중심축을 이뤘다. 본 장에서는 주요 팀들이 어떤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를 구성했고, 각 포지션이 어떻게 기능하며 승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1.4-2-3-1 포메이션 — 현대 축구의 표준을 따른 실용형 구조
가장 많이 사용된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이 구조는 공격과 수비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미드필더 두 명이 수비라인 앞에서 방어를 도우면서도 전방 연결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다. 이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활용한 대표적 팀은 울산 현대와 서울 이랜드였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흔히 더블 볼란치라 불리는 구조에서, 한 명은 수비적인 성향(디스트로이어), 다른 한 명은 전진 패스를 책임지는 플레이메이커(딥라잉 플레이라이터)로 분화되었다. 울산에서는 믹스와 박주호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며 수비-공격의 매끄러운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2선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루트를 제공했다. 여기에 측면 윙어가 좌우에서 침투하며 크로스, 컷인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창출했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과 마무리 능력으로 팀의 득점을 책임졌다. 이 포메이션은 전략적 유연성과 수비 안정성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2.4-1-4-1 포메이션 — 전북 현대의 지배적 구조
전북 현대는 기본적으로 4-1-4-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다. 이 포메이션은 4-2-3-1보다 더욱 수비에 강한 구조로, 단일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심 축 역할을 하면서 4명의 미드필더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홀로 수비라인을 견제하며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전북의 경우 신형민이라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단독으로 전방 압박과 후방 지원을 오가며 경기를 조율했고, 이재성, 김민재, 이용 등 선수들이 2선에서 압도적인 활동량으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전북의 시스템은 단지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공격 전환 시 미드필더들이 자동적으로 다이아몬드 구조로 변화하며 순간적인 수적 우위를 창출하는 다이내믹한 전술이었다. 이런 구조는 측면에서 풀백이 오버래핑하여 공격 가담을 하고, 중앙에서 미드필더들이 침투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기 때문에, ‘지배 축구’라 불릴 정도로 상대 진영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유리했다. 전북은 이 포메이션을 통해 실점은 줄이고, 득점 찬스는 극대화하는 이중 전략을 실현했다.
3.3-5-2 포메이션 — 수원의 실험과 강원의 창의성
2018 시즌 중반부터 수원 삼성과 강원 FC는 3백 시스템을 실험했다. 이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센터백 3명 + 윙백 2명을 통해 수비 라인을 넓게 형성하고, 중앙에서의 밀집도를 높이는 전술이다. 공격 시에는 윙백이 측면 자원처럼 활용되어 5-3-2 혹은 3-4-3으로 확장되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수원은 윤석영, 구자룡, 조성진을 중심으로 3백을 형성했고, 좌우 윙백에 염기훈과 박형진을 배치하여 측면 돌파를 강화했다. 미드필더 진영에서는 김은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의 2선을 차단했으며, 전방에는 데얀과 바그닝요 투톱으로 파괴력 있는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강원 FC는 보다 창의적인 전술을 시도했다. 중앙에서 정승용이 드리블 중심의 빌드업을 펼치면서 측면과 중앙을 유기적으로 오갔고, 윙백이 단순한 수비 자원이 아니라 ‘세미 윙어’ 역할을 수행하며 전방 공격을 주도했다. 강원의 3-5-2는 순간적으로 2-3-5처럼 변형되어 상대 수비에게 예측 불가능한 공세를 펼쳤다. 포지션의 자유로움이 강점이었지만, 수비 라인이 흔들리는 경우 잦은 실점으로 이어지는 단점도 있었다.
4.4-3-3 포메이션 — 포항의 점유율 중심 전략
포항 스틸러스는 4-3-3을 주력 포메이션으로 삼아 좌우 윙어 중심의 공격 루트를 활성화했다. 중앙에는 세 명의 미드필더가 위치하여 점유율 유지와 탈압박, 빌드업을 담당하고, 좌우 윙어는 넓은 공간을 활용해 침투와 크로스를 담당했다. 이 포메이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포항의 중앙 미드필더 간 유기적 위치 변경이다. 세 선수는 고정된 역할보다는 상황에 따라 6번, 8번, 10번 역할을 순환하며, 때로는 동시에 전진하거나 동시에 후퇴하여 상대의 포지션 인식을 교란했다. 특히 좌측 윙어인 김승대는 공을 받으면 컷인하면서 직접 슛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반대편에서는 단순한 크로스보다 뒤에서 올라오는 풀백과의 협력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드는 복합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포항의 4-3-3은 단순한 ‘공격적 구성’이 아니라, 전술적 점유를 기반으로 한 예측 불가의 시스템이었다.
5.포지션 간 경계 허물기 — 세부 전략의 진화
2018년 K리그 전술을 이해하는 핵심 중 하나는 포지션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졌다는 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전방으로 올라가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에서 빌드업을 돕는 장면은 수차례 반복되었다. 예컨대 전북의 신형민은 경기를 시작할 땐 6번 역할(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빌드업 시에는 센터백처럼 하프라인 아래에서 패스를 전개했다. 반면 수원 삼성의 염기훈은 윙백이면서도 상황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 전방 압박에 참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전술이 아닌, 선수의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과 전술 이해도가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감독들은 포메이션을 숫자 배열보다 역할 기반의 시스템으로 해석하며, 상황마다 요구되는 기능에 따라 포지션을 유동적으로 배치했다.
6.하프 스페이스 활용과 전술적 트렌드
울산 현대 역시 믹스와 김인성을 중심으로 하프 스페이스 활용을 극대화했다. 믹스가 중앙에서 볼을 잡아 좌우로 펼치는 패스와 동시에 김인성이 측면에서 안으로 침투하며 하프 스페이스를 점령하는 방식은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서, 공격의 출발점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며 득점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전술적 트렌드에서 측면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의 연계 강화가 주요 흐름으로 나타났다. 풀백이 단순히 오버래핑하는 것을 넘어서, 중앙 자원과의 삼각 패스 구조를 형성해 ‘전진 경로’를 만들고, 그에 따라 2선 자원들이 침투하는 복합적인 전술이 흔히 관찰되었다.
7.포메이션 선택의 철학 — 상황 중심의 적응 전략
2018 시즌 K리그에서 드러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경기 상황에 따른 포메이션의 실시간 조정 능력이었다. 감독들은 단지 포지션을 고정하지 않고, 점유율이 높을 땐 4-1-4-1로 안정된 운영을 꾀하고, 수비가 필요할 땐 5백으로 전환하거나, 반격의 기회를 포착했을 땐 측면을 넓혀 4-3-3으로 확대하는 등 전술적 선택지를 동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적응 전략은 단순히 ‘포메이션 전환’이 아니라, 선수 교체와 역할 변경을 통한 전술적 조율의 형태로 나타났다. 전북 현대는 이재성의 위치 변경으로 4-2-3-1과 4-1-4-1을 유기적으로 넘나들었고, 강원 FC는 경기 중반에 제리치를 측면으로 이동시키며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간의 간격을 벌리는 전술을 사용했다. 이런 전략은 팬들에게도 축구의 전술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단순한 ‘공의 흐름’이 아닌 ‘시스템의 흐름’까지 이해하는 시청 문화가 형성되면서, 포메이션 자체가 하나의 대화 소재로 자리 잡았다.
2018년 K리그는 단순한 승패와 순위 이상의 전략적 깊이를 보여준 시즌이었습니다. 전북의 압도적인 전술 완성도, 중상위권 팀들의 개성 있는 운영, 그리고 하위권 팀들의 생존 본능은 K리그의 전술적 수준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처럼 전술이라는 렌즈로 K리그를 바라보면, 리그의 매력은 한층 더 커지고, 팬들의 분석과 응원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K리그가 전술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축구팬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