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은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였습니다.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은 그 시절 K리그는 오늘날 올드팬들에게 여전히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1998년 K리그를 직접 경험했던 올드팬의 시선으로 당시의 명장면, 스타플레이어, 그리고 리그 분위기를 되짚어보며 그 시절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공유합니다.
그 시절 K리그의 분위기와 경기 문화
1998년은 K리그가 전통적인 지역 연고제 도입을 본격화하기 전 단계로, 대부분의 구단이 기업 중심 운영체제를 유지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경기는 주말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열렸으며, 팬들은 주로 가족 단위 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지금처럼 SNS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던 시절이라, 중계방송을 챙겨보거나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 경기 상황을 청취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당시의 팬문화였습니다. 응원단과 응원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전광판 대신 손피켓이나 육성 응원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경기장은 단순한 관람 공간이 아닌, 팬들 사이의 교류와 소통의 장이었고, 경기장 앞에서 먹는 분식이나 음료도 ‘축구의 일부’처럼 여겨졌습니다. 또한 당시 K리그는 실업축구 출신 선수들과 해외파가 공존하던 과도기적 시기로, 피지컬 위주의 플레이와 터프한 수비가 많았던 것이 특징입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들리는 거친 몸싸움과 선수들의 투지는 올드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경기장은 소박했지만, 선수와 팬 간의 거리가 가까웠고, 축구 자체에 집중하는 순수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많은 올드팬들이 1998년을 ‘골수 팬이 되던 시기’로 기억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1998 시즌의 명승부와 스타플레이어
1998년 K리그는 10개 구단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시즌의 챔피언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창단 3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르며 당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수원의 에이스 서정원은 날카로운 크로스와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고, 하석주, 산드로, 데니스 등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도 팀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수비라인에서는 곽희주, 조병국 등이 중심을 잡아주며 전술적 균형을 맞췄습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팀은 포항 스틸러스였습니다. 1997년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이어받아 1998년에도 강력한 전력을 보였고, 김기동, 황선홍, 고정운이 공격진에서 맹활약했습니다. 특히 황선홍은 득점왕 경쟁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이 외에도 성남 일화의 박정배, 유상철이 맹활약했던 울산 현대 등 다양한 팀에서 개성 넘치는 스타들이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당시 선수들은 고유의 스타일이 뚜렷했고, 팬들은 특정 팀보다 선수 개개인을 중심으로 응원하는 경향도 강했습니다. 올드팬들은 특히 ‘한 팀을 끝까지 지킨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많이 표현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개념이 명확했던 시절이었기에, 선수들이 지역과 구단을 대표하는 자부심을 갖고 뛴 모습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와 비교되는 1998 K리그의 매력
1998년 K리그는 현대적 시설이나 시스템은 부족했지만, ‘순수 축구’라는 키워드에 가장 부합하던 시기였습니다. 선수들의 연봉도 지금에 비해 낮았고, 미디어 노출도 적었지만, 그만큼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 K리그는 유소년 시스템, 피지컬 트레이닝, 데이터 분석 등 여러 면에서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지만, 1998년 당시에는 선수 개개인의 감각과 투지, 그리고 감독의 눈대중이 모든 걸 결정짓던 시기였습니다. 관중 수도 지금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응원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웠습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까워 선수의 목소리,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고, 골이 터지면 관중 전체가 하나처럼 환호하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롱킥 기반 전술, 세트피스 중심의 득점 패턴, 파워풀한 4-4-2 포메이션이 당시의 전술 흐름이었으며, 그 단순한 축구 속에서 선수들의 창의성과 본능적인 움직임이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올드팬들에게 1998년은 단순히 과거가 아닌, K리그가 축구 본연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냈던 한 시절로 기억됩니다. 그 시절을 겪은 팬들에겐 지금의 K리그가 반갑고, 또 아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K리그 1998 시즌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축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 지역을 향한 애정, 그리고 스타플레이어의 투지가 어우러졌던 시기였습니다. 올드팬에게는 추억이자 기준이 되었던 1998년, 이 글을 통해 그 시절의 감동을 다시 떠올려 보셨다면, 오늘날의 K리그도 다시 한번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